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10화 마지막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안 봤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한국 드라마를 안 챙겨 본 지 정말 오래 됐다. 옛날부터 그리 챙겨본 편도 아니었고.

장르물에서조차 한국의 정상연애에 대한 집착은 그칠 줄을 몰랐고, 소수나 여성, 약자의 목소리는 참 쉽게 묻히거나 그저 관심 끌기 용 1회성 장치에 그렸다. 연출도 취향이 아니었고, 이래저래 미드나 영드 같은 영미권 드라마와 영화를 선호하는 나와는 코드가 참 맞지 않았다.

그나마 보다가 킵해둔 것이 비밀의 숲과 시그널이었는데 도리어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이 둘을 다시 조금씩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역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엄마인 지수가 딸인 하빈이에게, 아빠인 태수가 딸인 하빈이에게, 그리고 하빈이가 엄마 아빠에게, 그리고 처음으로 집에 데려왔던 친구인 수현이에게 하고자 했던 사랑의 이야기.

연기는 말해 뭐해인 한석규가 프로파일러이자 이혼남이며 딸을 둔 아빠로 나온다 했을 때 호기심에 킵해두기는 했으나 이걸 정말 볼 거라고 초기에는 생각을 못 했는데, 1화를 보자마자 "야, 다음화 들어가자,"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를 뒷받침 해주는, 드라마에서 볼 거라고 상상 못했던 영화 같은 연출과 조명 사용, 그리고 매 화에 내 예측을 모조리 빗나가서 고구마만 30kg을 먹은 것 같은 이야기들과 적절한 해소가 그러했다. 사실 마지막 화의 풀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 이야기는 앞서 말했다시피 장르물인 동시에 사랑 이야기이기에, 태수와 하빈이의 결말은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내 보면서 제발 이러지 말고 둘이 대화 좀 해라는 말을 숱하게 했었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슬펐던 사람은 역시 엄마인 지수였다. 지수가 결국 하빈이를 못 믿었구나, 라고 서글퍼하다가 수현이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여전히 하빈이를 믿고 있음을 보여주며 남겨둔 편지와 cctv에서 정말 많이 서글펐다.

엄마니까 알고 있었던 거다. 의심을 하면서도, 두려움을 가지면서도, 하빈이가 책상에 남겨둔 엄마의 우울을 이해하고자 하는 나름의 이해에 대한 접근 방법을 보면서 … 그래도 하빈이가 수현이를 죽인 것은 아닐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 강하게 그녀를 지탱하기에는, 그녀는 홀로 오랜 시간 의심과 믿음 속에서 흔들려야만 했고, 보통의 사람이 딸의 친구였으며, 자신이 어떻게 보면 한 편으로는 내 딸의 이데아로서 바랐을 여자아이의 시체를 매장하는 고통과 죄의식에서 어떻게 버텼을까 싶고. 그래서 태수가 경찰서에서 하빈이에게 그랬겠지. 내가 네 엄마를 죽인 거라고.

 

 

엄마와 함께 왔던 초밥집에 앉아 있는 18살의 하빈이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남들과 다르기는 해도 평범하게 키우고 싶다던 지수의 말. 그녀의 노력이 틀리지 않았음을 태수가 하빈이의 옆을 지키면서 바라보겠지만 … 이미 떠난 사람은 말이 없지.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태수의 팀에서 어떻게 MBTI 과몰입을 싫어하지만 자칭 T의 화신인 어진과 자칭 F의 종결자인 대홍을 대칭으로 두고 수사를 종결하다 의심(어떻게 보면 감정 그 자체)을 기정 사실처럼 확신하기 시작한 어진과 그녀에게 경고하는 대홍의 위치가 바뀌었을 때 무릎을 쳤었다.

 

이래저래 정말 좋았던 드라마. 하빈이가 가출했을 때 보여준 여성청소년 보호 시설을 통해서 가정에 보호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출팸과 같은 범죄 지대에 노출되지 않고 보호 받을 수 있는 대안을 보여준다거나. 정작 이걸 봐야할 아이들은 이런 드라마를 여유롭게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슬펐고.

좋았던 만큼 재탕할 자신이 없어, 너무 힘들어 ㅋㅋㅋ 무엇보다 채원빈 배우가 정말 뭐라도 상을 탔으면 좋겠다. 이런 서늘한 인상의 여성 주연 캐릭터, 흔치 않아서.

 

 

편집을 절묘하게 해서 6화부턴가 태수 엄청 욕했는데(물론 태수의 과거 행적들과 은진이 관련 장면은 제정신이 아님을 감안하더라도 욕 먹어도 쌈) 태수가 결국 하빈이를 믿고 행동하는 장면들 속에서 또 오열했다지.

 

가상의 인물임을 알고 있음에도 하빈아, 네 앞 날을 응원해라고 하며 이 드라마의 강렬했던 여운을 보내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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